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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9일 15:15 정혜인 기자

"미국과 관계 끝"…트럼프 "입"에 뒤바뀐 캐나다 총선, 자유당 재집권

2021년 이어 이번에도 과반 확보에는 실패할 전망,
카니 총리 "모든 것 동원해 트럼프 정부에 맞설 것"

캐나다 자유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이번 승리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임기도 4년 보장됐다. 다만 과반 의석(172석)을 차지하는 다수당 지위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불과 3개월 전까지 야당 보수당에 밀리던 자유당이 캐나다 주권을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으로 반전 승리를 거뒀다며 "트럼프의 조롱이 캐나다의 정치 지형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9일 새벽 캐나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푸알리에브르의 패배 선언으로 자유당의 총선 승리가 확정됐다. 자유당은 이번 승리로 4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다수당 지위 확보는 어려울 전망으로 카니 총리의 예산안 통과 등 국정 운영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중간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지만, 다수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카니 총리는 총선 승리 확정 후 온타리오주 오타와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캐나다 주권과 경제를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캐나다 국민의 단결을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은 우리의 땅, 자원, 물, 우리나라를 원하고 있다.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우리를 꺾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을 기반으로 했던 미국과의 관계는 끝났다. 이는 비극인 동시에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며 "캐나다를 위한 최상의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결과에 따르면 개표율 97.89% 기준 자유당은 현재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67개 지역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유당의 제1당 지위는 유지되나 과반 의석 확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당 보수당은 145석으로 2위를 기록했다. 자유당과 보수당의 득표율 차이는 1.7%포인트(자유당 43.3%, 보수당 41.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월까지 보수당이 1년 넘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외신은 짚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당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자유당의 인기는 고물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특히 캐나다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영토 욕심이 트뤼도 전 총리에 대한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캐나다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 트뤼도 전 총리는 지난 1월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보수당이 차기 집권당이 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트뤼도의 후임으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였던 카니가 선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과 관세 공격으로 캐나다 내 반(反)트럼프 여론이 확산하면서 '애국심'을 강조한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치솟았다. 반면 보수당 대표 포일리에브르의 지지율은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에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총선 당일에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CNN은 "지난 1월 트뤼도 사임 당시만 해도 포일리에브르는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의 주권을 위협하면서 캐나다의 이번 총선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로 변했고, 반트럼프 여론을 주도한 카니가 결국 승자가 됐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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